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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작은 행복
뷰여 규암동, 우체국이었던 자리에서 커피를 마셔보았다. 이만총총31 본문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이십년 가까이 서 있으면 쉬는날은 그렇게 남이타주는 커피가 먹고싶고 궁금하다.
이번에 내가 가보고 싶은 남의 카페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만총총31
원래 목적지는 나무였다


이번 부여의 목적지는 사실 카페 보다도 부모님 콧바람 좀 쐬어드리려고 잡은 부여의 유명한 느티나무.
확인해보니 정확히는 임턴면 가림성에 있는, 수령 4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였디.
2021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역사성과 심미성을 인정받았고, 가지가 한쪽으로만 뻗어 있어
사진을 좌우 반전 하면 완벽한 하트기 나온다고 해서 '사랑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동요, 호텔 델루나 같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해 지면서 인생샷 명소가 됐다는데,
실제로 보니 그 명성이 과장이 아니었다.
성흥산 사랑나무 (부여 기림성)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순사리 산 1-1
주차장 있음 (주차장에서 10분 올라가면 사랑나무)
나무 구경을 마치고 미리 검색해둔 카페 장소로 향했다. 너무 러키비키였던 순간.
이름에 담긴 두 개의 31
'이만총총'이라는 이름, 처음 들으면 뭔가 싶은데 알고 보면 꽤 정겹다. 옛날 편진 맺음말에 쓰던 "바쁘다 이만 줄인다"는 표현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뒤에 붙은 31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건물이 지어진 해가 1931년이고, 공교롭게도 이 카페를 만든 주인공의 어머니가 태어난 해도 1931년이라는 것. 우연 치고는 꽤 운명적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양희은,양희경 자매이다. 언니는 노래로 동생은 연기로 각자의 무대를 지켜온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갤러리카페라, 벽에 걸린 그림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림들은 모두 두 자매의 어머니가 그린 작품들인데, 마침 이날은 양희은 선생님이 계셔서 직접 그림 한 점 한 점 도슨트 해주셨다. 게다가 배우 한승현님도 자리에 계셔서 예상 못 한 만남에 부모님도 나도 신이 났다. 도록도 판매하고 있어서 미술관 다녀온 듯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바리스타 눈으로 본 이만총총31 커피
여기서 조금 솔직하자면 옛 건물을 개조한 카페는 낭만은 확실한데 커피맛은 지키기가 은근히 까다롭다.
높은 층고와 큰 창은 채광은 예쁘게 뽑아주지만, 그만큼 온도,습도 편차가 커서 추출을 일정하게 잡기가 쉽지 않다.

이날주문한건 버터스카치라떼,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미숫가루 느낌나는 음료 하나.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전체적으로 밍밍했다. 아마 분쇄도가 두꺼웠을까? 싶다. 원두가 너무 굵게 갈리면 물이 커피 입자를 충분히 통과하지 못하고 그냥 빠져나가는데 이걸 '과소추출'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신맛이나 단맛 대신 밍밍하고 밋밋한 맛만 남는다.
물론 커피는 그날의 습도,실온,원두 상태에 따라 매일 미묘하게 달라디는 생물같은 존재라,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그날의 날씨나 컨디션 하나로도 같은 레시피인데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게 아쉽진 않았다.
그래도 남는 건 온기였다
커피 맛이야 그날그날 다를 수 있지만, 그 자리를 채운 따뜻한 분위기와 친절함은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기대 하실까봐 카페 간다는 말은 안하고 드라이브 가자고 하고 나온건데 부모님 두 분 다 만족도 백퍼센트를 외치셨다. 100점 받은 느낌이다. 400년 나무 보러갔다가 100년 사연품은 건물에서 양희은 선생님께 직접 도슨트까지 듣고 온 하루. 부여 당일치기 코스치고는 꽤 알찬 하루였다.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 83-4
주차장은 바로 앞 공터 6대 정도 자리
월요일,화요일 휴무
영업시간 11시~18시
혹시 이만총총31과 성흥산 사랑나무와의 거리 궁금하실까봐 약15분 소요 됩니다.
카유는 궁남지도 사실 갔는데 연꽃 빼고는.... 비추천. 사진은 잘나올것같습니다.
